MYARTS

  • 작가명 : 이효연, linen  유화 21.2x33.4cm 2012
  • 작품을 클릭하시면 큰 화면으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가노트
시간이 갈수록 무엇이 아닌지는 알겠는데, 무엇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아닌 것들을 하나씩 지워가면 어딘가에 도달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작업을 한다
내가 그리는 대상은 대상이기도 하지만 대상 너머의 어떤 것이다. 재현의 문제는 늘 그려진 것(이미지의 지시대상)과 그려진 것 너머의 또 다른 무엇에 대한 해석이 문제였다. 사진을 출발로 사진의 이미지에 의지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다 보면 많은 생각의 고비들을 만난다. 그때마다 묻고 또 묻기를 반복하는데,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어떤 심리적 상황이나 감정의 미묘한 차이 같은 것들에 주목하게 된다. 그건 그저 멜랑콜리 만이 아니라 마음의 심연에 가라앉아 있는 무의식이기도 하다. 그것들은 논리적이지도 보편타당 하지도 않다. 기억과 함께 굴절되고 왜곡 되어진 어떤 것들이다.
그러한 비논리적이고 개연성 없는 것들이 구체적인 형상을 지닌 대상을 통해 드러나는 과정에서 상상이 작용한다. 상상은 색감이나 분위기, 혹은 어떤 대상으로 나타날 때도 있는데, 여기서 내가 늘 지속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화면과 나 사이의 거리이다. 나의 심리를 표현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담담히 바라보는 자세를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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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평론
사유와 현장 – 시선에 이끌리다. 이효연 작가는 자신의 시선에 머물던 기억들을 매번 반복하여 꺼내 들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기억의 편린들을 사유하며, 그 당시의 현상과 현장을 음미한다. 그 음미하는 방식의 모태에는 자신의 삶과 정체가 중첩되어 사유思惟하고 회유思惟하는 방식이 존재한다. 과연, 지금의 삶이 무식, 무의식적으로 무엇을 현실화시키고, 무엇을 지나친 채 기억으로 회자되는가를 되묻는다. 작가는 사유와 회유의 방식으로 기억의 풍경을 담아내고, 그 지점에서 어떠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되는가를 ‘그림에서 그림으로 읽히게 하고 싶은 욕망’을 꿈꾼다. 그림이 작가의 손을 떠나 얼마만큼 자유로운 사유를 가능하게 할지를 모르지만, 그림 앞의 현장에 머물며 사유하고 전달되는 공감의 상황은 매우 중요하다. 화면의 내러티브와 등장하는 요소들이 모두 독백의 아우성이 아닌, 작가와 그림과 현장의 관계 앞에 함께 머물던 ‘지금’의 현장성을 강조하며, 현장성 뒤로 이어질 기억의 사유를 통한 시선의 교감과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그림 속의 모든 요소들이 작가가 만든 장치라면, 그 장치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서로의 시선에 이끌리는 공감의 현장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작가의 그림으로 돌아가, 마치 방치된 궁전에서 뛰어 놀던 사심이 외부의 침입으로 소스라치게 놀라 미동조차 못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 작가의 모습인 동시에 관람객의 모습이 – 대치되어 있는 상태, 즉, 소통이 단절된 서로의 공간에 침입한 경직된 현장과 사유가 가능한 시선에 교차하는 기장된 공감의 상태라 하겠다. 서로 관여하지 않는 낯선 이의 시선에 포착되어 조우하는 모습들은 시선에 이끌려 사유하고 가늠해나갈 수 있는 현장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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